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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취향

노희경 작가의 작품들_내면을 건드리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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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엄청 많이 보지는 않아도 어려서부터 감명 깊게 본 인생 드라마 몇 편 정도는 금방 떠올릴 수 있다.
'인생 드라마'라고 하려면 그저 남들이 재밌다니까, 인기 배우가 나오니까, 시청률 탑을 찍었으니까... 와 같은 외부 요인이 아닌 나만의 이유가 필요하다. 내 기준으로는 대사에서, 인물 묘사에서, 스토리에서 내면 깊은 곳을 건드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글을 잘 쓰는 기술만이 아닌, 인간 내면 깊숙이 파고드는 통찰력이 느껴질 때 '아, 이 드라마 작가가 누구지?'하고 찾아보게 된다.

각 캐릭터가 살아 있으면서 인물마다 가진 내면의 특성, 그런 특성을 갖게 된 저마다의 사연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데에 탁월한 노희경 작가 드라마를 정말 좋아한다. 그의 작품을 모두 본 것은 아니지만 볼 때마다 푹 빠져서 봤던 것 같다. 이제 내게는 믿고 보는 작가다.

 





아래는 그의 작품 중 내가 시청했던 드라마만 방송했던 연도 순으로 배열했다.


1. 그들이 사는 세상(2008)


주인공들의 직업이 방송국 PD다. 그들의 일터인 드라마 촬영 현장이 배경인 점도 흥미로웠고 드라마를 둘러싼 방송국 관계자, 작가, 배우 등이 등장했다.


노희경 작가 작품은 배경이 어떻든, 주인공 직업이 무엇이든 결국 인간에 대한 탐구가 주제인 것 같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특히 현빈, 송혜교 배우의 사랑 이야기였다. 평소에는 숨어있다가 사랑할 때 갑자기 튀어나오는 자기 내면의 뒤틀림, 관계를 통해 한 발 나아가며 인간적으로 성숙하는 내용이 좋았다. (사실 너무 오래전에 봐서 기억이 어렴풋하다. ;-)



2. 그 겨울, 바람이 분다(2013)


'그들이 사는 세상' 주인공인 송혜교가 다시 나왔다. 시각 장애인 연기를 했는데 겨울의 차가운 색과 송혜교의 새하얀 얼굴, 초점 없는 무표정 얼굴이 드라마 내용의 분위기와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 조인성 배우는 돈을 얻기위해 송혜교의 어릴 적 헤어진 오빠인 척 가짜로 연기하며 사람들을 속이는데, 들킬까 불안한 그 긴장감이 보는 재미를 더해 주었다.


노희경 작가 드라마에는 배우 배종옥이 여러 번 등장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매번 다른 역할을 잘 소화한다. 그리고 이전 작품에 함께 했던 배우가 꼬리 물듯 다음 작품에 다시 나오니 이걸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송혜교가 위 두 작품을 한 것처럼 조인성은 이후 '괜찮아, 사랑이야', '디어 마이 프렌즈'에 연달아 등장하고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조연이었던 이광수가 후에 '라이브'에서 주연으로 또 출연했다. 한 번 같이 했던 배우를 다시 러브콜 하는 것은 그 배우와 작업을 하며 좋은 인상을 받았다는 것이겠구나 하고 추측해 본다. 또는 새 작품을 집필할 때 이전에 작업한 배우를 염두에 두고 쓰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상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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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괜찮아, 사랑이야(2014)


조인성, 공효진 배우의 연기와 케미가 좋았다. 공효진과 여러 배우들의 직업이 정신과 의사다 보니 여러 환자의 케이스가 등장해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었다. 또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들 또한 트라우마와 상처를 갖고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인기 소설 작가인 조인성 역시 아픔을 치료받는 내용이 나온다. 가슴 아프면서도 공감되고 또 위로도 받은 드라마다. OST도 엄청 좋아서 유튜브에서 전체 곡들을 모아둔 것을 찾아 틀어두곤 했다.



4. 디어 마이 프렌즈(2016)


캐스팅부터 화려해서 주목 받았던 드라마다. 노년의 세대에서 그릴 수 있는 다양한 내용들이 나온 것 같다. 노년 세대 이야기지만 전혀 멀거나 이질적이지 않다. 곧 내가 가야 할 길이기도 하기에. 작가는 작품을 쓸 때마다 취재를 정말 많이 하는 것 같다. 배우들의 연기는 말해 무엇하리.


극 중 고두심의 딸로 등장하는 고현정. 틱틱 대지만 할 일은 또 다 해주는 전형적인 딸의 모습을 잘 그린 것 같다. 그리고 가끔씩 등장하는 조인성은 그의 연인. 커플의 이야기도 가볍지 않다.



5. 라이브(2018)

 


가장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본 라이브. 범죄 드라마에서 경찰이라는 직업은 꽤 흔하게 등장하지만 라이브는 조금 결이 다른 경찰 이야기다. 가장 바쁜 지구대에서 취객 뒤치다꺼리 같은 사소한 일부터 강력 범죄까지 겪으며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주인공들. 저마다의 사연으로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나이 대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경찰의 입장에서, 또 성범죄에 대한 메세지를 전달하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냥 간단히 훑는 정도로만 설명했기에 아직 못 본 드라마가 있다면 보시기를 추천한다. 아무리 다른 이가 좋다고 말해도 자신이 직접 보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니까. 특히 드라마는 다시 떠올렸을 때 그 드라마를 보던 시절의 나, 장소, 그 때의 감정이 함께 떠오르는 게 더욱 아련한 느낌을 더해 주는 것 같아 좋다.


노희경 작가의 신작 소식도 있다. 올해 4월에 기사가 나기로는 이병헌, 신민아/ 김우빈, 한지민/ 차승원, 이정은. 이렇게 각 커플로 등장한다는 소식이다.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아직 정확한 방송일은 발표되지 않은 것 같다.

앞으로도 깊이 있는 노희경 작가의 작품을 오래 오래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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