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오면서 내가 끈기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잘 해본 적이 없다. 꾸준히 무언가 하나를 파며 해본 적이 있나? 생각해보면 딱히 떠오르는 건 없다.
굳이 꼽자면 그냥 sns에 사진, 글로 생각날 때마다 기록해 온 것? 그 정도다. 그것도 딱히 열심히 한 것은 아니고 생각나면 하다가 또 잊으면 방치하다가 뭐 그런 식이었다.
그러다 처음으로 ‘내가 꾸준한 사람일 수도 있겠다’하는 가능성을 본 게 그림이다. 처음엔 그리고 싶을 때만 뜸하게 그렸는데 이후엔 매일 뭐라도 그리려고 노력했다. 꽤 오랫동안 1일1그림을 했는데, 그렇다고 뭔가를 이룬 것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꾸준함에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
근데 오늘 소개할 작가님은 그 꾸준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몸소 증명해내신 분이라 할 수 있다.
이장미 작가님의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가 엄청 많은 건 아니지만 꽤 많은 게시물 수가 쌓여있다. ‘구피 관찰자’라는 소개도 독특하고 재밌다. 작가님과 아주 잘 어울리는 소개라고도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게시물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작가님은 정말 탁월한 관찰자라는 것을. 그 관찰의 대상은 바로 늘 옆에 있는 가족들이다. 부모님부터 형제, 조카들의 일상적이고 꾸밈 없는 모습을 간단한 드로잉으로 남기고 아래 그 설명을 짤막하게 적는다. 너무나 생활밀착형 내용이라 그게 참 소탈하고 매력적이다. 그리고 이 평범하다면 평범한 게시물들의 진짜 매력은 바로 바로…
http://mobile.kyobobook.co.kr/showcase/book/KOR/9791191716016?partnerCode=NVM&orderClick=mW5
얼마 전 출간된 작가님의 책.
17년.
무려 17년 동안이나 그 기록이 계속되어 왔다는 점이다. 그 오랜 시간 동안 부모님은 나이 들고 아이였던 조카들은 성인이 되는 등 그 세월이 모두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그 꾸준함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저 쌓이고 쌓인 노트들의 물리적인 무게감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무언가를 기록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저 꾸준함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취미로 끄적이는 수준 정도로 그리는 나 같은 사람도 팔로워 수나 좋아요 수에 반응하며 이렇게 그릴까, 저렇게 그릴까 바꿔가며 고민하고 흔들리고 좌절도 하는데 어떻게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의 기호에 반응하지 않고 그저 한 길을 걸으며 욕심 없이 자신의 것을 할 수 있었을까.
만나본 적도 없고 최근 인스타 탐색 중 우연히 알게 된 한 작가님일 뿐이지만 너무나 인상적이고 또 닮고 싶어 이렇게 글을 적었다.
나도 나만의 길을 나아갈 수 있는 굳은 심지와 끈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신간 [흔한 날] 정보 중 작가 소개글—-
저자 : 이장미
동양화를 전공해서인지 선의 맛을 살리는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합니다. 다섯 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몇 권의 책에 일러스트 작업을 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순간 울컥』 『달에 간 나팔꽃』, 그린 책으로 『조선왕실의 보물 의궤』 『어서 와, 여기는 꾸룩새 연구소야』 『말하는 옷』 『산양들아, 잘 잤니?』 『딸에게 주는 레시피』 『살아갑니다』 등이 있습니다.
싸이월드로 시작해 블로그를 거쳐 지금은 인스타그램에 일기를 올리고 있습니다. 2004년 어느 날 일기를 시작했을 때는 2021년까지 이어질 거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시간에 대해 자주 생각합니다. 시간을 이길 수는 없지만 작은 조각을 기록해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gong408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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